97.10.16
어저께 복식미학 시험 보느라고 한동안 통신을 못했어. 늦어져서 미안!
나의 입사에 대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있어.
먼저 나쁜 소식:
나 한화 떨어졌어. 지원이도 그런가봐... 흑흑. 그룹 평균 경쟁율이
33.3대1이었다고 하더라. 아무리 그렇다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다
니 엉엉엉
오늘 롯데백화점 원서 받으려고 갔는데 무슨 과냐고 물어보는 거 있
지? 의직과라고 했더니 그런 과는 채용 계획이 없대. 별로 좋지도
않은 회사가 왜 그러냐고 그러려다가 참았지. 뭐 거기 아니면 갈 데
없냐 하고 생각해야지 상처받은 자존심을 어떻게 하겠니...
일요일에 주택은행 인적성검사 시험보려고 갔는데, 어휴, 문제가 너
무 어려워서 거의 백지에 가까운 답지를 내고 왔어. 난 복식미학 걱
정이 돼서 책 들고 가서 봤는데, 딴 사람들은 완전히 사생결단 내러
온 표정들이더라구. 내가 붙으면 이상한 거겠지?
그럼 좋은 소식도 있을까?
있어. 하지만 담에 더 확실해지면 가르쳐 줄께... 헤헤헤
복식미학 시험을 망쳤는데도 기분이 쏠쏠해. 왜냐구. 가을이잖아... 오
늘 아침 비원을 지나가다 보니 가로수가 너무 예쁘게 가을 빛으로 물들
어 가고 있지 않겠어? 학교 다니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
같이 찍은 사진이 너무 없는 거... 이제 마음은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
안 돼구, 나중엔 결국 사진찍기가 쑥스러운 나이가 되어서 안 되는 거
아닌지 몰라... 아무튼 계주님, 10월 모임에선 우리 사진도 좀 찍자구
요...
그리구 혜선이 일 생각해 봤는데, 나도 잘 모르겠더라구. 니가 속상해
하는 거 이해는 하지만, 어떻게 하니, 그래도 친군데. 만일 다른 사람
잘 배려해 줄 줄 모르는 게 혜선이 단점이라면, 물론 친구로서 야속하
고 속이 상하지만, 어쩜 그런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혜선이 자신이
결국엔 마음 상해할 일이 아닐까... 할 수 있다면 잘 충고해 줬으면 하
지만, 안 된다면 그냥 지켜봐 줄 밖에 없을 거 같아. 나한테 얘기해서
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니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, 이런 우매한 답
을 써 보내는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?! 그냥 니 고민을 들어 주는 것만
으로도 위로가 된다니 내가 더 고맙다. 너 역시 나한테는 그런 친구임
을 잊지 말기 바라며... 이제 두달 조금 더 남은 97년, 힘내서 잘 마무
리하자. 그럼 빠이빠이.
97.11.25
혜자야. 이렇게 일찍 크리스마스 편지를 받아보기는 정말 처음이란다. 무지무지 뗘�!
그런데 사실 막상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어. 영화"컨텍트"에나 나올 법한 이상한 문자들이 나열되어서 ...
하지만 그래도 좋아!
혜자야, 난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결단이 절대로 용기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봐.
넌 의직과의 커리큘럼에 적응을 못하거나. 능력이 없어서 도피한 것이 아니라
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외도를 하는거라고 생각이 들어.
몰라, 내 생각이 반드시 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렁릴립�.
또 너는 언제라도 네가 돌아오고 싶고 다시 공부하고 싶을 때 다시 할 수 있는
충분한 잠재력을 지녔잖니. 그러니 무슨 걱정이야, 그지?
29일에는 일단 얼굴 볼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이라도 모아서 보기로 했어.
한 두명 빠진다는 이유로 모임을 계속 연기하다 보면 우리 모임을 한ㅂ번 갖기도
어렵지 않을까 해서. 너무 섭섭해 하지 말고. 취직턱 낼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어줄께
호호호.
오늘은 그냥 짧게 쓸께.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하구나. 언니랑 서진이가 먹는 우동도 뺏어 먹어야 하구. 빠이빠이